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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난소낭종 복강경 수술 후 회복 1-2일차 일지 (감정의 흐름, 병원밥, 통증 정도)

by 건강이최고야 2025. 8. 17.

난소낭종 복강경 수술 후 회복 1일차 : 수술 당일

2023년 2월 9일 목요일, 수술 당일

수술 자체가 오후 6시쯤 끝났기 때문에 그 이후로 마취가 풀리고 밤에 자기전까지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으니 잘 자려고 애썼습니다.

 

난소낭종 복강경 수술 후 회복 2일차 : 극심한 통증과 첫 걸음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새벽 6시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선잠을 자서 그런가 문열리는 소리, 커튼 치는 소리를 듣고 알아서 잠이 깼습니다.

생각해보니 간호사선생님 입장에서는 환자가 눈뜨고 있으면 좀 무서울거같아서 방금 깬 척 했습니다.

 

일단 CA-125 수치랑 염증 수치를 봐야 한다며 피를 뽑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소변줄을 뽑았습니다. 느낌이 정말 이상했습니다.

소변줄을 끼울 때 제가 기절한 상태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걷기 연습도 해야하고

소변줄 없이 스스로 소변보는 연습도 해야한다고 합니다.

걷는건 커녕 앉기도 힘든 나인데

하지만 화장실에 가려면 걸어야 합니다.

 

수술 후 하루만에 침대에서 겨우 일어났고,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봤습니다. 처참했습니다.

아무튼 계속 화장실에 못가면 소변줄을 다시 끼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물을 엄청 많이 마셔서 꼭 성공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수술 후 첫 식사는 아침 8시에 미음으로 나왔습니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책상을 올려주시고 그 위에 식판을 놔주십니다.

 

그냥 간장에 밥 비벼서 먹는건데 이렇게 맛있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작 하루 굶은건데

맛있긴 한데 많이 먹히지는 않았습니다. 몇 숟가락 먹으니까 속이 답답해졌습니다.

 

아침 8시에 아침 먹는거 거의 20년 만인 것 같습니다.

왼쪽 손에 링거줄이 달려있어서 손에 힘이 덜들어가서 간장 짜다가 흘렸습니다.

저 한방울의 간장이 너무 거슬렸습니다. 수술해서 예민해졌나봐요.

 

밥 먹고있는데 중간중간에 커튼을 휙휙 치고 밥을 다 먹었는지 확인합니다.

죄수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박땡땡님 하고 커튼을 여시는 분이 있고

그냥 휙휙 여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노크 안하고 방문 확 여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밥을 다 먹은것같아 보이면 식사 다하신거에요? 하고 치워주십니다.

그래야 제가 비로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식판 가져가시면서 침대 책상도 밀어주시면 정말 감사했을텐데

바쁘시니까 그러지는 못하셔서 스스로 밀어봅니다.

수술부위가 너무 땡겨서 끝까지 책상을 잡고 내리지 못해서

큰소리 안나게 하려고 발끝으로 받치고 쇼를 하면서 책상을 내렸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혼자서 되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네요.

 

아무튼 밥먹고 누웠다가 앉았다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오전 11시쯤에 외래로 내려가라고 해서

쫄대를 끌고 2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좀 돌아다니니까 사람 몰골로 돌아오더라구요

 

2층에서 엄마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해주고, 수술 결과를 들으러 진료실에 갔습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외래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입원한지 고작 하루 하고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참 있었던 기분이었습니다.

 

앞에 환자 상담이 아직 안끝나서 잠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의자에 앉는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앉고 일어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강제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앉아있다가 제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로 들어가서 수술 과정을 설명 받았습니다.

복강경 수술할 때 보는 카메라로 수술 과정을 다 녹화해서 보여주셨습니다.

 

내 뱃속이 이렇게 생겼구나.. 라고 생각하며 신기해했습니다.

열어보니 유착이 심해서 하나하나 떼어내고 수술하느라고 오래걸렸다고 했습니다.

낭종을 팟 하고 터트리면 그 안에서 점액 이라고 하는 검은 피가 팟 하고 나오고

그걸 석션으로 빨아들이고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터트리고 남은 낭종 껍데기를 지퍼백 같이 생긴 것에 담아서 꺼내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내 뱃속에 지퍼백이 들어갔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위 사진이 제 뱃속에서 꺼낸 낭종 껍데기 사진입니다. 하얗게 생겼습니다.

수술 잔해는 조금 그러니까 나름 모자이크를 해봤습니다.

오른쪽 난소낭종 왼쪽 난소낭종 껍데기 라고 합니다.

 

잘 수술 되었고 유착방지제까지 다 뿌려놨다 = 아무튼 수술은 잘 됐다.

뭐 이런 말을 듣고 초음파도 다시 보자고 하셨는데

 

그때의 제 상태는 병실 침대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병실 침대 리모컨으로 완전 천천히

뒤로 제껴 누울때도 힘들어서 도저히 그 산부인과 의자에 앉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초음파 보이콧(?)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내일 오전 진료때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엄마한테 커피가 너무 먹고싶어서 디저트39 가서 커피랑 자몽에이드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는김에 의사쌤이랑 병동 간호사쌤들도 사다드렸습니다. 

수술 잘해줘서 감사 그리고 수술방 침대에서 저 옮겨줘서 감사 의 의미랄까요 

 

엄마한테 인사하고 다시 12층 병동으로 올라가니 다들 점심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제 자리에도 밥이 와있었습니다.

그래도 수술 바로 다음날이고, 아침에 미음 먹었으니까 점심대는 죽 주겠지 싶었는데 냅다 밥이 와있었습니다.

미음과 밥 사이 그 어딘가의 찰진 밥 느낌이긴 했는데

갑자기 고기가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여 기 병원밥 좀 맛있습니다.

이놈의 식욕은 아파도 죽지 않더라고요.

 

엄마가 밥을 잘 먹어야 빨리 회복된다고 해서 정말 잘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점점 링거 바늘이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끝나고 불편하면 얇은 바늘로 다시 바꿔준다고 하셨었어서 바로 벨 누르고 바늘 바꿔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두꺼운 바늘 끼고 돌아다녔더니 손이 너무 땡땡 부었습니다

 

그래서 얇은 바늘로 교체하기 위해서 다시 라인 잡아주시는데 혈관을 너무 못찾으셔서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손이 부어서 그런것 같아서 오른손으로 연결했고 왼쪽은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손 붓기 빠지라고 잼잼 엄청 열심히 했습니다. 애기때 이후로 이렇게 열심히 잼잼 한적은 처음이에요.

 

그런데 오른손에 연결하고 간호사 선생님이 나가자 마자 깨달았습니다.

내 침대는 오른쪽이 벽이고 나는 오른손 잡이이다...

어쩐지 오른손에 해도 괜찮겠냐고 물으시더라니!

너무 불편했습니다. 오른손도 부으면 왼손으로 바꿔달라고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자궁근종 수술했던 친구한테 전화해서 꿀팁도 점 받고 걷고 누워서 유투브도 보고 하니 

금새 저녁이 나왔습니다. (꿀팁은 그냥 무조건 많이 걸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녁은 오후 5시에 나왔습니다.

 

이제 진짜 그냥 밥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고슬고슬한 밥 먹으니까 진짜 맛있어서 싹싹 다 먹었습니다.

 

먹고 걸어다니라고 했지만 아직은 침대가 저를 일으켜주는 것 조차 힘들어서 많이 움직이지는 못했습니다.

자기전에 침대에 누워서 한컷 찍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아늑해서 좋았어요

 

여기는 밤 9시가 되면 불이 꺼집니다.

강제 바른생활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