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낭종 수술을 앞둔 시점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술 당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입니다.
저 역시 수술 전 검색을 정말 많이 했지만, 막상 당일의 세부 과정과 실제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점을 자세히 알려주는 정보는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실제로 제가 겪은 자궁내막증성 난소 낭종 복강경 수술 당일의 전 과정을 정리해 봤습니다. 처음 수술을 앞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수술 당일 아침, 저는 인생 마지막 샤워다라는 마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샤워했습니다. 수술 후 며칠간은 샤워가 어렵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 도착 후, 2층에서 엄마와 헤어지고 간호사분 안내에 따라 환자 식별 팔찌를 착용하고 배정받은 12층 4인실 병실로 올라갔습니다.
입원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멀티탭과 휴대폰 거치대 설치였습니다. 수술 후에는 몸을 일으키기 어렵고 팔을 들기도 힘들기 때문에 휴대폰 거치대가 필수였고, 핸드폰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 충전기까지 연결해둬야 합니다. 수술 끝나고 오면 마취도 덜 풀린 채로 폰 만지기 쉽지 않고, 그리고 엄마아빠한테 전화해줘야 하는데 손에 힘이 안 들어가서 거치대가 없으면 전화도 걸기 힘들어요. 왜냐면 거치대에 있기라도 하면 시리한테 전화하라고 시키면 되기 때문이에요. 물론 에어팟 끼고요. 처음에 2박 3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결론적으로 5박 6일 동안 입원했던 사람으로서, 폰 거치대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추가 꿀팁은 수술 가기 전에 빨대가 있는 텀블러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침대에 누워서 손이 닿는 곳에 두는 것입니다. 수술이 끝나면 갈증이 엄청 심해요.
입원 후 수술 전 절차
1. 항생제 테스트
수술 전,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생제 피부 반응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 검사는 작은 주사기로 항생제를 소량 주입해서 붉어짐, 가려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마취와 수술 중 안전을 위해 필요합니다.
2. 관장
복관경 수술 전에는 장을 비워 복압을 줄이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관장을 진행합니다. 간호사님의 안내에 따라 옆으로 누운 태아자세를 취하면 관장약을 주입해 줍니다. 대부분 10분 정도 참는 것이 좋지만, 저는 2분 만에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민망할 수 있지만, 장이 비워진 후에는 몸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솔직히 10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분만에 화장실로 달려갔다가 나온 저를 보고 간호사선생님이 잘 해결했냐고 물어보셔서 잘 해결했다고 했습니다. 몇 분 참았냐고 물어보시진 않았으니.. 제 기준에서는 잘 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3. 수술용 주사바늘 삽입
MRI 검사할 때나 일반 채혈할 때 사용하는 주삿바늘보다 굵은 바늘을 손등에 삽입합니다. 이는 수혈 가능성을 대비해 혈액이 빠르게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약간의 통증이 있습니다. 그래서 굵은 만큼 수액도, 진통제도 잘 들어가지만, 굵은만큼 내 혈관에서도 피가 역류할 수 있으니 관에 피가 역류해도 당황하지 말고 간호벨을 눌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수술 전 대기 , 기다림의 시간
저는 오전 10시 30분에 병실에 들어왔지만, 실제 예정된 수술 시작 시간은 오후 1시였습니다. 앞선 수술이 길어지면 내 수술이 지연될 수 있으니, 대기 시간 동안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저도 수술시간이 밀려서 오후 3시 20분쯤 수술을 시작했어요.
맞은편 침대에 계셨던 분은 저랑 같이 금식이셨는는데, 12시쯤 수술하러 내려가셨고, 오후 1시인가 2시쯤에 올라오셔서 마취가 덜 풀린 채로 너무 아프다고 읇조리셨습니다. 제 미래 같아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대각선 자리 아주머니는 점심식사를 하고 계셔서 금식 중인 저는 음식 냄새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에어팟 끼고 누워서 자바라에 거치한 휴대폰으로 넷플릭스로 나는 솔로를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잠든 와중에 한 3시 10분쯤? 간호사님이 저를 깨웠습니다.
환자분~ 수술하러 가실게요~
수술실 이동 및 수술 준비
다행히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몽롱한 상태여서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병실에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서 수술실 이동용 침대에 누웠고, 제가 전화기선 고무줄만 가져갔는데 이건 수술 중에 풀릴 수 있다고 얇은 검은색 고무줄 없냐고 하시더니 없다고 하니 그냥 일반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주셨습니다.
수술방 이동용 침대에 수액을 걸고 누워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방 층으로 이동합니다. 수술실은 11층에 있었어요. 수술실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시면 그 안에서 수술방 간호사선생님들이 나오십니다. 이때쯤 잠이 좀 깨서 내 침대를 끌어주신 분께 지금.. 몇 시예요..?라고 물어봤어요.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3시 16분이에요~
수술방 안에 중문 같은 게 있는데 거기서 두 명의 간호사 선생님이 저에게 정신없이 질문하셨어요. 환자분 이름이 뭐예요, 오늘 무슨 수술하시는지 아시나요, 등등 뭐라 뭐라 물어보시고 싸인을 하라고 하셨어요. 누워있는 채로 들어가서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싸인하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는데 제가 이동한 침대에서 수술대 위로 스스로 옮겨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누워있는 채로 영차영차 팔힘으로 엉덩이부터 옮겨서 수술대 위로 올라갔고, 잘했다고 칭찬받았습니다..^^..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수술대가 팔을 편하게 두기에 좁았고 간호사 선생님이 손을 가슴으로 모아놓고 있으라고 해서 이러고 수술하나요..?라고 물어봤는데 팔은 내린 채로 고정해 둘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몸이랑 팔을 고정대 같은 것으로 고정해 주셨는데 정말 고정이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산소호흡기 덮을게요 숨 쉬어보세요라고 하셔서 이게 바로 그 수면마취인가요! 숨은 잘 쉬어집니다.라고 했는데 간호사선생님이 마취는 수액줄 타고 들어갈 거예요 ^^라고 하셨고 저는 그때부터 기억을 잃었습니다.
수술 시간, 수술이 길어지는 이유
보통 복강경 난소낭종 수술은 30-40분 내에 끝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유착이 심해서 한 부위씩 떼어내고 유착 방지제를 도포하는 과정 때문에 2시간 30분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수술 시간은 환자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수술이 너무 안 끝나서 걱정이 많으셨다고 해요. 이런 경우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수술 후 회복, 마취가 풀릴 때까지
수술이 끝났습니다. 블로그 후기 보면 수술 끝나고 마취 깰 때까지 어떤 방에 있다가 병실로 옮겨 왔다고 했는데, 저는 의식을 차렸을 때 이미 병실 침대 위에 있었습니다. 마취 깼는데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신 차려보니 병실이었어요. 수술하기 전에는 저 스스로 침대를 옮겨갔는데 수술 후에는 수술대에서 이동식 침대로, 또 병실 침대로 어떻게 옮겨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간호사님들이 나를 들으셨나..? 어떻게..?^^...
아무튼 얼레벌레 정신이 한 30% 정도 돌아오니 너무너무 추웠습니다. 특히 발이 너무 시려서 추워요 너무 추워요라고 읊조렸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간호사님이 전기담요를 가져와서 발을 덮어주셨습니다. 이 기억도 사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몽롱한 상태의 기억입니다.
정신이 한 70% 돌아오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때가 저녁 6시쯤이었는데 수술이 한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통증과 갈증, 첫 회복의 순간
정신이 한 90% 정도 돌아왔을을때는 밤이었습니다. 수술이 늦게 끝나서 그런지 밤이 되어서야 정신이 좀 차려졌습니다. 정신이 차려진 후 목이 너무너무 말랐는데 아뿔싸 텀블러를 안 챙겨 왔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내일 텀블러 가져와달라고 부탁하고, 간호사선생님께 종이컵에 물 한잔만 떠달라고 부탁해서 강아지처럼 할짝거리면서 마셨습니다.. 배 아파서 앉지를 못하니 애매한 각도로 누워서 할짝할짝.. 정말 꺾인 빨대 무조건 필수입니다. 뽀로로 물병이면 더 좋고..
그리고 갈증이 해소되고 나니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습니다. 한밤중에. 장염 걸렸을 때에도 포기 못했던 아이스아메리카노.. 수술하고 나서도 포기 못해.. 신선한 카페 아메리카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쿠팡에서 병에 든 커피를 사서 엄마한테 텀블러에 얼음 담아서 같이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수술 후 제 몸에는 소변줄과 피주머니(헤모박)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수술 부위 출혈과 노폐물 배출을 돕는 장치로 며칠간 연결하고 있어야 합니다. 배에 배꼽에 낸 구멍 포함 총 4개의 구멍이 났고, 육안으로 보이는 흉터는 3개였어요. 그 4개의 구멍 중 하나에 피주머니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내 몸에 난 구멍을 통해 연결된 관을 통해서 내부에 고인 피가 나오는 거라고 했습니다. 너무 신기했고 소변줄도 신기했습니다. 저는 힘을 준 적이(?) 없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제 소변통을 비워주십니다. 인체의 신비예요.
마취가 풀리면서 배 수술부위 통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배가 아파서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갔는데, 다리에 힘을 주니까 배가 덜 아파져서 계속 그렇게 있다 보니까 결국 배랑 다리 둘 다 아픈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힘 빼고 잠을 청했습니다. 내일은 수술 결과 들으러 2층 외래 보는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 몸상태로 제가 내일 제 발로 직접 걸어서 내려갈 수 있을지 너무 걱정하며 잠들었습니다.
2023년 2월 9일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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